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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인생의 멘토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. 처음 만난 멘토는 당연히 우리 부모님, 결혼과 육아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주시고 나를 잘 키워주셨다. 두번째 멘토는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, 나에게 성적이 아닌 인성이 인생의 중요한 가치임을 알려주시고 실제로 성적이 높은 학생보다는 착한 학생들을 더 좋아해주셨다. 세번째 멘토는 군대에서 방황할 때 만난 교회 집사님, 몸이 아프셨지만 고생하는 헌병을 위해 늘 찾아와서 위로해주시고 음식을 나눠주시고 기도해주셨다.

 

이제 내 나이도 서른 하나, 지나온 세월을 보니 참 어긋날 수 있었던 위험천만한 상황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데 학업 스트레스, 취업 스트레스 등으로 어긋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. 하지만 좋은 멘토들이 있었기에 잘 버틸 수 있었고, 웃을 수 있었고,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었고,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. 재밌는건 이제 당시 나의 멘토였던 분들의 나이가 되어보니 위대했던 사람들이기도 했지만 나에게 정말 관심을 많이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경외하는 마음보다는 감사함과 따뜻함이 더 많이 느껴진다.

 

결혼하고, 아이를 낳고, 가장으로서 책임을 짊어지고 살다보니 또 멘토를 만나고 싶었다. 책도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. 작가를 유심히 살펴보다보니 김혜남 작가님이 눈에 들어왔다. 30년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해왔다니 전문성도 있을 것 같았지만 무엇보다 파킨슨병을 22년째 투병중이신 분이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좋은 말씀을, 무엇보다 어떤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지를 많이 말씀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았다.

 

우선은 파킨슨병을 진단받았을 때 어떻게 극복을 했을지가 궁금했다. 작가는 물론 처음에는 절망스럽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'재밌게 살기'로 마음을 먹었다. 나에게 큰 문제가 생기거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 마음을  품고싶다. 하고 싶은 것을 참지 않고 하고, 도전도 많이 해보고, 일보다는 가족을 더 생각하고 함께하는 삶을 미리 미리 하면서 살다보면 어떤 일이 생겨도 덜 억울하고, 덜 후회되지 않을까.

 

어차피 사는 거 재미있게 살겠다고 마음먹으니까 세상에 새롭고, 신기하고, 감탄할 만한 일들이 참 많았다

 

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은 서른 살이 되었을 때 겁먹지 말라는 말이었다. 10대, 20대의 두려움은 미래를 향해 있다. 앞으로 내가 무엇이 될까, 능력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, 원하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까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고민을 한다. 근데 30대가 되면 현재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는 것 같다. 여태까지 난 뭐했지, 집도 없고,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고, 남들은 변호사 · 의사 잘 나가는데 난 그냥 회사원이네... 그런데 이게 맞다고, 이게 정상이고 틀리지 않았다고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.

 

뭐든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서른 살이 되면 이룬 것 하나 없이 나이만 먹은 것 같아 당황스러울 거라고, 그런데 다들 그러니까 겁먹지 말라고, 그냥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 보라고

 

이 책은 40대를 대상으로 쓴 책이라고 하지만 30대 초반인 나에게도 많은 도움과 울림을 준다. 비교적 이른 나이에 취업, 결혼, 육아를 하게 되어 더 느끼는 바가 큰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많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.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는 나에게 또 위로를 해주는 말은 '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'라는 말이다. 상황은 어렵더라도 나름 30년 살면서 나의 능력도 꽤 괜찮아졌다. 법적인 문제 이해, 행정적인 처리, 업무수행능력 등 어렸을 때는 정말 난해해보였던 일들을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. 문제가 발생하면 조금은 귀찮고 힘들긴 하지만 어찌저찌 다 해낸다. 그러다보니 '이제는 뭔가 문제가 터져야 제대로 일이 굴러가고 있구나' 느껴버리는 경지에 올랐다.

 

인생은 우리의 뜻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때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. 그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.

 

소개한 문장 외에도 정말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쌓여있다. 정말 순수한 인생의 지혜를 얻고 싶으면, 진정성 있는 위로와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<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>을 추천한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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